남편이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나오면 제일 먼저 반기는게 강아지 시추 모녀다.
어미 찐찐이는 12살 늙은이고 딸 코코도 벌써 8살로 환갑이 지난 늙은 강아지들인데 우리와 함께한 세월이 개의 나이로 한평생을 지냈나보다.
남편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빨리 나가자고 방방 뛰는 강아지들인데 어쩐지 코코가 보이지 않는다.
남편이 몇번 부르자 꼬리를 내린 코코가 의자밑에서 나와 현관에서 기다리던 남편을 따라 나가는 모습이 어쩐지 부자연 스럽다 했는데 아파트 현관를 나섰다가 코코가 되돌아 오자 남편도 따라들어오는데,
코코를 살펴보니 이게 왠 일인가?
코코의 눈동자가 무섭게 튀어 나와있고 주위가 퉁퉁 부어있으며 약간의 출혈도 보인다.
이런 안구 돌출은 눈이 큰 강아지들에게 올수 있는 현상이다.
특히 시추는 눈이커서 무엇에 머리를 부딪치거나 서로 싸우다가 눈알이 돌출(빠진다고 한다.)되는 경우가 있다 한다.
이른 아침이라 동물병원 문이 열릴 시간이 아니라서 응급조치로 끓인 물에 부드러운 화장지를 적셔 눈 주위 엉킨 피를 잘 닦아준 후 눈거플을 열어 눈동자를 덮은 후 가볍게 눈동자를 밀어 넣고 한참동안 눌러주고 있었더니 강아지도 좀 나아졌는지 신음소리를 그쳤다.
동물병원에 좀 일찍 나와달라고 연락한후 수의사에게 보였더니 응급조치를 잘했는데 상당한 시간이 지나 시신경에 손상이 있을가 걱정이라고 했다.
다행이 수술은 하지 않아도 될것 같다고 했다.
이날이 우리가 수리치골 성지순례 가기 전 날 이었다.
한 두 시간 간격으로 약을 넣어주고, 또 내복약 먹이고 하라는데 집에 사람은 없고 동물병원도 쉬는 날이라 인천에 사는 아들을 불러 우리가 성지순례 다녀오는 동안 강아지 간호를 맡겼다.
아들은 원죄 (강아지 키우기 싫다는데 아들이 장가 가기 전에 졸라서 샀다.) 때문에 코코의 간병을 순순히 맡았다.
왼쪽 눈의 눈동자가 거의 회색에 가까웁다.
눈동자도 약간은 돌아 간듯 하다.
벌써 15일이나 지났다.
그간 매일 약먹이고 주사 맞히고 강아지 간병에 외출도 재대로 못했다.
코코도 평소엔 털 손질만 하려고해도 숨어버리고 말을 듣지 않았는데 약먹이고 안약 넣으려고 부르면 순순히 다가오는 걸로 보아
주인 말 잘들어야 제가 산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듯 하다.
상당히 호전 된듯하다.
아직 눈에 눈꼽이 끼고 눈동자의 백태가 완전히 빠지지는 못했으나 성격도 많이 좋아졌다.
오늘도 코코가 먼저 제 주인 아저씨보고 빨리 나가자고 조르는 눈치다.
빠리 나아서 전처럼 수선도 피우고 말썽도 부리기를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