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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낼 책의 머리글이 정해졌다.

시냇물48 2009. 7. 7. 19:32

"나 장원 먹었다."
퇴근한 남편에게 머리, 꼬리 다자르고 불쑥 던진 나의 말이다.
남편은 뭐 잘못 먹었나? 하는 표정으로 쳐다 본다.
"내 블로그 글이 성당 이야기마당의 최우수 글로 선정 되었다구요. 장원급제 했단 말이야."
"이야기마당에 올라 오는 글 보면 작가 수준의 글도 많던데 어떻게 당신글이 뽑혀? 뭐 실수한 모양이다."
김을 확 빼놓는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남편 말이 틀린 것 같지는 않다.
다른 글의 덧글에 내 블로그 글이 최우수 글로 뽑혔다는 내용을 보고 나도 믿어 지지가 않았으니까.

"이것 보라구."  컴퓨터를 켜고 뽑힌 글을 보여 주었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컴퓨터를 들여다 본 남편
"야! 이것 남편을 완전히 밀렵꾼으로 만들어 놓고 자기는 자연보호론자 되고 참 잘한 짓이다."
그러고는 한마디 덧 붙인다.
"신참내기 사기 올려 주려고 뽑아 준모양인데 잘난체 그만하고 얼른 밥이나 주세요. 아줌마."
(칭찬 해 주면 어디가 덧나나...)
"오늘 너무 더워서 마트에도 못갔으니 있는데로 먹자구요."
저녁에 먹으려고 장만해둔 반찬은 냉장고에 넣어 둔체 아침에 먹던것 몇가지만 꺼내서 밥상을  차렸다.

숫갈을 든체 무언가 골돌히 생각하던 남편은 얼굴에 웃음을 가득 담고서 하는 말이

"우리가 내기로 한 책 머릿 글을 이번에 뽑힌 글로 정하자."

우리가 내기로 한 책

결혼전에 주고 받은 속칭 연애편지가 100 여통이  넘 는다.
나나 남편이나 그것을 보관하자고 한것은 아닌데 결혼 하고 보니 서로가 보관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땐가 그 편지를 문집으로 내자고 하였는데 난 그것을 잊고 있었지만 남편은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 책의 머릿글을 내 블로그에서 우수 글로 선정된 글로 하자는 것이다.

"당신 편지를 보고 내가 늘 제법 쓴다고 했잖아? 책 낼때 블로그에서 쓸만한 것 뽑아서 편집하면 되겠다. 열심히 써보세요."
(칭찬 하려면 좀 제대로 해주지. 제법이 뭐냐? 이왕이면 잘 쓴다고 하면좋으련만.)

새로만든 반찬을 냉장고에서 꺼내지 않은것이 조금 걸렸지만 나도 채면이 있는데 어떻게 꺼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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