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사라지는 옥바라지 골목

시냇물48 2016. 2. 18. 17:00

 

서울 종로구 무악동 옛 서대문 형무소 맞은편 동네에 옥바라지 골목이 있다

지금 이 동네는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몇달후에는 모두 철거 된다고 한다.

옥바라지 골목이 사라진다는 말에 뭔가 허전함이 다가오기도 한다.

그 대상이 뭐가 되든 일단은 사라진다는 말에 아쉬움이 남기 마련인가?

옥바라지 골목이 정식 명칭은 아니다.

예전에는 이곳이 서대문구 현저동이었다가

근래에는 종로구 무악동으로 행정구역이 변경된 곳이다.

 

 

지하철 3호선 3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옥바라지 골목이다.

왜 이골목이 옥바라지 골목일까?
옛 서대문 형무소 맞은편 동네로 이 동네에 여관과 여인숙이 꽤 많았다고 한다.

 형무소에 수감된 수감자들의 가족이 이 동네의 여관이나 여인숙에 묵으면서

수감자들의 옥바라지를 하여서 이 동네가 옥바라지 골목으로 불리우게 되었다.

여관이나 여인숙이 아니더라도 여유가 있는 방을 빌려주어 이동네는 항상 수감자 가족들이 붐볐다고 한다.

한때 떠도는 말로는 이 골목의 여관이나 여인숙은 돈을 가마니에 담을 정도였다고 한다.

 

 

일제시대에 독립운동가들이 대부분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 되었기 때문에

이 골목은 독립운동가 가족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기도 하였다.

유관순열사도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순국을 하였다.

 

 

백범 김구선생이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 되었을때

그의 모친이 이 골목에 묵으면서 아들의 옥바라지를 하였다.

독립운동가의 가족들이 옥바라지를 할 때

이 골목사람들이 많이 도와 주었고 방이 없으면 주인의 방까지도 내주었다.

 

 

사라질 옥바라지 골목을 기록에 남길려고 찾아 온 카메라맨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여관이나 여인숙에서

허드랫일을 하여서 번돈으로 옥바라지를 하였다.

 

 

누군가가 여러 사람들을 데리고 골목을 돌며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다.

이 골목의 역사를 말하고 있는 것일까?

 

 

6,25때는 피난민들이 이 골목을 찾아와서 피난생활을 하기도 하였다.

이때도 마을 사람들은 힘이 닿는데까지 피난민들을 도왔다.

이 골목에 사는 사람들은 너 나 할것 없이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아왔다.

그 만큼 이 골목에는 인정이 넘쳐났다.

 

 

한때 이골목이 울음바다가 된 사건이 있엇다.

제 2차 인혁당사건때 대법원까지 올라간 인혁당사건 수감자 8명중에 5명의 가족들이

이 골목에 묵으면서 옥바라지를 하였다.

1975,4,8 대법원에서 이들의 사형이 확정되고 18시간 뒤에 전격적으로 사형이 집행되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전해들은 가족들과 이 골목 주민들은 모두 목을 놓아 통곡했다고 한다.

 

이때 사형을 당한 사람들은 재심으로 2007년 모두 무죄선고를 받았다.

굴곡된 역사를 이 골목은 묵묵히 지켜봐왔다.

 

 

서울구치소(서대문 형무소)가 1987년 의왕으로 이전하면서

이 골목도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예전처럼 수입도 없고 건물이 노후화되자 재건축이 추진되게 되었다.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측과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 사이에 의견 충돌이 생겼고

재건축 조합이 결성되고 관리처분 승인까지 내려진 지금도 찬성과 반대가 대립되고 있으며

소송으로 까지 번저있는 상태다.

 

 

 

주택들의 노후로 재건축의 필요성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역사성이 있는 이골목을 모두 철거하지 말고 주거환경을 개선하여

문화유산으로 보존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의견도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한때는 가족들과 숙박객들의 보금자리였던 방들과 거실이 무참히 부서저있다.

 

 

 

 

 

 

이 골목에 들어서면 빈집들과 부서진 창문등이 오늘의 현실을 보여준다.

마치 전쟁이 휩쓸고간 폐허처럼 보인다.

 

 

 

 

부서진 벽과 전기계량기가 철거된 모습이 참 황량하다.

 

 

 

 

이 집들은 아직 주민이 이사가지 않고 거주하고 있다.

아마도 재건축을 반대하는 사람들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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