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지하철 안에서 자리 잡기

시냇물48 2011. 10. 21. 10:19

살다보니 어느덧 지하철에서 남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나에게 양보해 주기를 바라는 나이가 되었다.

아직은 경노석에 앉기는 민망하고 일반석에 앉아야 하는데

빈자리가 나면 행동이 굼떠서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뺏기기 일수다.

전에는 젊은이들이 빈자리 나면 주위를 둘러보고 나이든 사람이 있으면 양보해 주었는데

모두는 아니지만 요즘은 빈자리 날때 주위 둘러보는 사람 별로 없다.

얼른 앉아서 눈을 꼭 감아 버리거나 휴대폰 꺼내서 들여다 보고 있다.

 

내 무릎이 부실하여 서 있기 힘들어도

배부른 아줌마나 어린아이 동반한 엄마들에게 자리를 양보하지만

전 같지 않아 앉을 자리에 대한 욕심이 날이 갈 수록 커지고 있으니 참 서글픈 현상이기도 하다.

 

오랫만에 지하철을 탔다.

빈자리가 없어서 서서 있는데 연신내역에 가까워 지니까 슬슬 주위가 살펴진다.

환승역이라 내리는 승객이 많기 때문에 어느 위치에 서야 자리를 차지할까 눈을 크게 뜨고........

 

마침 반자리가 하나 나왔는데 맞은 편에 서있던 젊은 아가씨의 동작이 눈에 들어 온다.

그 빈자리로 다가온다.

아무래도 나 보다 빠를것 같다.

엉덩이를 밀어넣어서 자리 차지하기는 한발 늦을 것 같다.

던질 가방도 없다.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길지도 않은 다리가 쭉 뻗어 나갔다.

그 젊은 아가씨의 앞을 막으면서 그 아가씨가 주춤거리는 사이에 얼른 자리를 차지 했다.

 

자리에 앉고나서 얼굴을 들어 그 아가씨를 쳐다보니 아가씨 얼굴이 상당히 멋적어 하는 표정이다.

나 또한 그리 했으리라.......

 

잠시후 내가 웃는 표정을 짓자 그 아가씨도 따라 웃었다.

그 아가씨가 웃어 주어서 참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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