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이야기

동서가 떠난자리

시냇물48 2010. 3. 24. 11:24

어제는 시어머님의 기일이다.
우리집은 돌아가신 시부모의 기일에 집에서 제사를 모신다.

시아버님이 먼저 돌아가셨고 시어머님이 완고 하셔서 집에서 제사를 모셔왔는데 시어머님 돌아가신 후로도 두분의 제사를 집에서 모셔오고 있다.
구정과 추석 그리고 시부모님 두분의 기일
이렇게 일년에 네번을 제사 모시는 일을 그간 나와 동서 둘이서 맡아 왔었다.
서울에 고모가 두분이나 살지만 요즘은 제삿날 얼굴보기 힘들다.

말이 둘이서이지 제물준비는 내가 시장을 봐왔고 동서는 당일 늦으막이 와서 거들다가 하루 때우는 식이었지만 같이 수다도 떨고 음식 준비하고 끝난 후에 남은 음식 나누고
이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는게 제삿날의 일과였다.

어제는 동서가 세상 떠난 후에 처음 맞는 제사였다.
마트에가서 장을 보는데도 어딘지 기운이 빠지는 느낌을 어쩔 수 없었다.
전에는 제물외에도 동서나 내가 좋아하는 것 한두가지를 샀었는데 이번엔 꼭 필요한것 만 샀다.

배불뚝이 며느리가 돕겠다고 어젯밤에 집에 왔다.
6월이 해산달이라 제 몸 감당하기도 어려울텐데 시어머니 돕겠다고 하루 전에 온것이 예뻐 기특해 보인다. 
손주녀석은 계속 온 집안을 뒤져서 수선거리만 찾아다가 여기저기 늘어 놓아 정신을 빼 놓았다.

며느리와 대충 음식을 만들었다.
저녁 8시가 되어 가는데 작은집 식구들이 나타나지를 않는다.
예년 같았으면 동서는 낮에 오고 다른 식구들은 저녁 7시쯤에 오는데....

남편이 전화를 건다.
작은 아빠와 통화중인데 남편의 안색이 굳어진다.
작은 아빠가 오늘이 제사날인 것을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엊그제까지도 알고 있었다는데....

9시 반쯤 작은집 식구들이 도착했다
작은 아빠가 더 늙어 보여서 마음이 아팠다.

전처럼 음식을 아들집과 작은 집에 나누고
모두 돌아간후 온 몸에 기운이 빠져 쇼파에 몸을 던져 버렸다.
어제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동서의 빈자리가 이토록 클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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