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이야기

더위 팔어?

시냇물48 2010. 2. 28. 14:44

"토마스?"
어제의 피곤 때문에 잠은 깨었으나 눈은 여전히 감고 있으면서 옆에 누워있는 남편을 불렀다.
여느때 같으면 자리에 누운체 TV뉴스를 켰을 텐데 오늘은 배탈이 났다며 새벽에 화장실을 다녀 오더니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어제 혼자 강화에 가서 일을 한 모양이다.
급한 일도 없고 날씨도 완전히 풀리지 않아 담주에 가쟀더니 혼자서 다녀 온 모양이다.
강화 집을 떠올리면 요즘 우리 남편 기분이 별로다.
강화에서 월동이 어렵다는 정원수 야생 동백, 호랑가시나무와 춘란등을 재작년엔 무사히 월동시켜 꽃까지 피웠는데 지난 겨울엔 좀더 혹독히 내한성을 키운답시고 보온을 예년보다 약하게 하였는데 어디 지난 겨울 추위가 보통 추위였는가?
비닐로 감싸준 나무들의 잎이 대부분 말라 버렸고 가지도 약한 부분은 죽은 것 같다.

그렇다고 시든 나무를 다시 살릴 수도 없을텐데 이 나무들의 관리를 위해 강화에 다녀 온 모양이다.
보름밥과 나물을 여유있게 준비하여서 괜찮겠지 하고 어제 나들이를 했는데 그거 하루를 제대로 견디지 못하고 탈이났으니 쯧쯧...
밖에서 맛있는거 사 먹으래도 혼자서 밥 사먹으면 남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 그리는 못한다는 남편이다.

"응...왜?"
남편도 잠은 이미 깨어 있는 모양이다.
(팔어?  말어?)
실은 장난기가 발동되어 남편에게 더위나 팔까하고 불렀는데 막상 남편이 대답을 하자 망설여 진다.
결혼 후 남편에게 아직까지 더위를 팔아 본 일이 없다.
우리의 전래 풍습이 가급적이면 가족에게는 더위를 팔지 않았는데......
 
정월 대보름 아침 해 뜨기전에 적어도 세사람에게 더위를 팔면 그해 더위를 먹지 않는다 하여 어렸을 때 이 더위를 팔기 위해 머리를 써야 했다.
상대방 이름을 불러 그가 대답을 할 때 "내 더위" 하면 더위를 그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반대로 상대가 대답을 하지않고 나에게 "내 더위" 하면 내가 그 더위를 먹어야 한다.
하여서 어수룩한 상대를 잘 골라야 더위를 팔 수 있었다.

이 더위 팔기에서 가족에게는 팔지 않는데 우리 삼촌들은 무식하게도(?) 조카에게 더위를 팔다가 엄마에게 원망도 들었다.
팔데가 없어서 조카에게 파느냐고....

왜 느닷없이 더위 팔 생각을 했을까?
고향을 떠난 후 이런 풍습을 잊고 산지가 얼마의 세월이었는데?

아마도 어제 엘리 자매님 한테서 성석동 보름 쥐불놀이 행사 구경가자는 말을 들었는데 오늘은 애들이 올것 같아서 못갈것 같다 했지만 손주녀석 대리고 가 보는 것도 괜찮겠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 더위 팔던 일이 생각 난 모양이다.

"왜 그래?"
남편이 다시 묻는다.
"혼자가서 밥 사먹어도 이상하게 볼 사람 없으니 집에서 아무거나 먹지 말라구요. 그러면 내가 마음 놓고 집을 비울수 없지"
(남편에게 더위 팔 수는 없지)
강화까지 가서 일을 하고 배탈이 난 남편에게 더위를 팔면 ? 악녀가 따로 없지...
또 남편이 아프면 정작 고생하는 게 누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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